패밀리2021-03-05
자폐성장애 2급인 11살 쌍둥이 딸을 키우고 있는 엄마 한정수 씨.
지난해, 그녀는 발달장애 부모와 자녀가 함께하는 활동을 목표로
‘발달장애아 부모의 모임’을 결성했습니다.
그 이름은 바로 “함께이룸”.
함께이룸에서는 정기적으로 온·오프라인에서 소통하는 시간을 가지는데요.
자녀들과 함께 떡케이크 만들기, 세라믹 핸드페인팅 등
다양하고 알찬 프로그램들로 이루어져 있다고 합니다.
특히, ‘발달장애 선배부모와 함께하는 수다회’는
‘선배부모’를 초대해 발달장애 자녀에 대한 고민과 궁금증을 나누고
부모의 역할에 대해 이야기하는 아주 뜻깊은 프로그램 입니다.
지난 11월 초에 진행된 ‘발달장애 선배부모와 함께하는 수다회(온라인)’에는
정수 씨와 4명의 부모님, 그리고 선배부모가 함께 했는데요.
정수 씨가 어떤 마음으로 이번 수다회에 참여했고,
부모님들과는 어떤 이야기를 나누었는지, 함께 보시죠!
제 기억으로 ‘코로나19’를 처음 접한 시기는 2020년 2월 4일인 것 같습니다.
누구도 예상하지 못한 이 무시무시한 바이러스.
1년이 지난 지금도, 우리는 ‘코로나 19’와 함께 하는 상황에 놓여있습니다.
코로나로 인해 모두가 일상이 뒤바뀐 힘든 나날을 보냈지만,
특히 장애를 가지고 있는 이들과 그의 가족들은
더욱더 힘든 나날을 보내고 있습니다.
가슴 아픈 사연이 언론에 보도되는 경우도 있었고요.
이런 상황 속에서 저는 문득
이제 장애는 우리에게 낯익은 이름이며,
코로나처럼 누구에게나 찾아올 수 있다.
라는 생각이 들면서 이번 모임에 참여했습니다.
2020년 11월 6일, 우리들의 모임은 화상통화 어플인 ‘ZOOM’을 통해
저녁 8시 30분부터 진행될 예정이었습니다.
다음날이 주말이었기 때문에 평소보다 조금 일찍
육아의 압박에서 벗어날 수 있지 않을까 기대했지만
예상과는 달리, 모이기로 한 부모님들의 육아 퇴근 시간은
어느덧 9시를 넘기고 있었습니다.
9시 10분쯤 되었을까요, 한 분씩 화면이 켜질 때마다
서로 웃으며 인사를 나누었고
말은 안 했지만 그동안 얼마나 힘들었을지 짐작되는 모습이었습니다.
이 날은 포항, 부산, 서울, 천안에 거주하시는 부모님들과
광주에 거주하는 태경&태은이의 엄마인 저까지
5명의 부모님들이 모였는데요.
우리는 온라인 부모회 모임에서 만나 3~5년 동안 함께 활동하고 있습니다.
서로 사는 지역이 다른 우리가 어떻게 친해질 수 있었고,
또 어떻게 오랫동안 유대를 하고 있는지 궁금하시죠?
저희는 모두 장애를 가진 자녀를 키우고 있다는 ‘공통분모’를 가지고 있는데요!
자녀들을 양육하는데 필요한 정보와 지혜를 배우고, 가르치고, 실천하는 방법들을 고민하고 또 질문하며 반성하는 삶을 살아가고 있습니다.
저희는 선배 부모와 함께
평소 가지고 있던 고민과 궁금증을 나누는 시간을 가졌습니다.
[포항에 거주하는 어머님]
코로나가 오면서 미래의 모습이 그려지지 않습니다.
아이가 어릴 때는 마음을 잡기 힘들었습니다.
아이에게 어떤 길을 가르쳐 주고, 찾아줘야 하는지 고민을 많이 했어요.
그때는 ‘일상생활에 필요한 기술을 가르쳐야겠다’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하지만, 지금은 고민이 달라졌습니다.
우리 아이는 지금 가족과만 시간을 보냅니다.
보통 아이들은 주말에 또래나 친구들을 만나서 노는데 우리 아이는 친구와 교류가 없습니다.
학교에서는 통합교육이라고 하는데 아이들이 힘들어합니다.
[선배 부모]
저희 딸이 28살이 되어보니 아이들이 또래와 꼭 어울려야 한다는 ‘생각의 틀에 갇히지 말아야 한다’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저희 딸은 5살에 저를 엄마라고 불렀고, 질문에 대한 대답은 7살, 그리고 9살에 학교를 갔어요.
반 친구들은 딸이 수업 시간에 잘 앉아 있고, 그림을 잘 그리는 모습을 보고 장애를 가진 다른 아이들과는 다르게 본 것 같았습니다.
하지만, 때론 놀림도 받았어요. 딸 아이가 자신을 놀렸던 아이들을 표현하며 연필로 끄적거리는 것을 보았을 때 제 마음도 아팠습니다.
그렇지만 저와 딸이 지금까지 긴 인생을 살아보니 일방적으로 일어나는 일들에 대해 타인을 야단칠 수는 없었어요. 약한 아이들이 놀림을 견뎌내야하는 잔인한 세상에 살고 있는거지요.
저는 장애 관련 기관이나 특수교육이 생각의 틀에 갇혀 오히려 더 선입견과 차별을 만드는 경향도 있다고 봐요.우리의 세상은 이런 세상이라는 것을 알아야 합니다. 자연스럽게, 자연스러운 환경에서 커 나가야 합니다. 버텨내야 합니다.
[천안에 거주하는 아버님]
아들은 11살이고, 자폐성 3급입니다.
곧 중학생이 될 텐데 진로나 미래를 찾아주면서 노력하고 있습니다. 그렇지만 아직은 아이가 좋아하는 것이 무엇인지 뚜렷하게 윤곽이 잡히지 않네요.
하지만 선생님께서 우리 아이의 포트폴리오를 보시고 미술 쪽으로 나아가보는 건 어떻겠냐고 조언해주셔서 그 미래에 대해 생각해보게 되었고, 행복할 수 있겠다는 생각과 함께 희망을 품어보려고 합니다.
[서울에 거주하는 어머님]
제 아이는 현재 일반초등학교 5학년인데요, 아이가 자폐성 장애가 있다는 걸 처음 알고 제일 먼저 든 생각은 ‘유치원에 갈 수 있을까? 학교에 갈 수 있을까?’였어요.
초등학교에 입학한 후 현재 고민은 ‘중학교는 어디를 보내야 하나?’ 고민입니다. 먼 미래를 고민하기보다는 지금 당장 학교를 어떻게 선택해야 할지가 가장 큰 부담인 것 같습니다.
과연 이 선택들이 아이한테 좋은 것인지, 스트레스나 부담이 되지는 않을 것인지, 부모로서 어깨가 무겁습니다. 또한 아이의 장애와 특별함을 인정하면서 가장 좋아하는 것, 잘할 수 있는 것을 발견하기가 힘드네요.
언제 어디서나 예쁨 받고 사랑받는 아이로 키우고 싶어요.
[선배 부모]
우리 아이들의 장애, 특히 지적능력은 가르치는 데 어려움이 있습니다.
지금까지 겪으셨거나 앞으로 겪으시겠지만 초등학교 3학년부터는 더 넘어가기 힘든 과정입니다.
성취해야 할 지적 능력을 너무 강요하지 말았으면 좋겠어요. 청소년기에 들어서 문제행동이 나타나면 감당이 안 되니 아이들을 편하게 해 주셨으면 합니다.
성인이 된 저희 딸아이의 패턴도 다 다릅니다. 일상생활이 무너져요. 낮과 밤이 뒤집혀 있습니다.
하지만 한 번쯤 생각해 보세요. 지금 당장 어디 가지도 않는데 우리는 매일 씻고 있나요? 그리고 그 패턴을 우리는 늘 지키나요? 나도 마찬가지지 않나요? 우리 아이들에게 너무 많은 것을 요구하지 않았으면 합니다.
또 요즘 자기 결정 능력, 자기 선택이라는 말들이 많이 나오고 있습니다. 중학교, 고등학교에 가면 6교시가 끝나고 바로 치료실로 데리고 가는데 자기 결정 능력이 어떻게 생기겠습니까? 다람쥐 쳇바퀴 돌 듯 도는데 어떻게 자기 결정 능력이 생길 거라고 생각합니까?
결국 부모가 다 결정하고 아이들에게 문제 행동이네, 자기선택을 못 하네 등의 말들을 하는 것은 아이들에게 상처만 주는 것이라고 생각합니다.
느린 아이들, 서툴게 천천히 가는 아이들이라면, 10살에 해야 할 행동이(일반적인 아이들과 비교했을 때) 늦게 나타난다고 해서 그걸 꼭 10살에 해야 하는 건가 싶네요. 장애라는 틀이 머리에 박혀 있어서 우리는 늘 불안한 겁니다.
아이가 느리게 큰다는 것은 20년 동안 습득해야 하는 것이 있다는 것이기 때문에 느리게 해도 된다고 생각합니다. 기다려줄 수 있어야 한다고 봅니다.
여기에서 가장 중요한 것은 아이들이 무엇을 좋아하고 잘 하는지, 곁에서 늘 관찰하고 동기를 일으켜 주는 것입니다. 딸 아이를 보니 보통 10살에 할 것을 20살에 하고, 20살에 할 것을 30살에 하더군요.
아이가 느리게 크는 걸 우리 함께 잘 기다려 주어요.
[선배 부모]
저는 우리만의 공간을 만들 준비를 하고 있습니다.
딸아이가 그림을 그리고
지역에 거주하는 부모님들과 아이들이 함께
편하게 이용할 수 있는 그런 장소를 만들 예정입니다.
[포항에 거주하는 어머님]
제가 10년 후면 아이가 고3이네요.
남편과 저는 시골에 폐교를 사서
장애인 고용 사업을 통해 우리 아이들이 직업을 가질 수 있도록 도와
가족들이 모두 자유롭게 활동할 수 있도록 할 겁니다.
[부산에 거주하는 어머님]
제가 10년 후,
특별한 이변이 없다면 직장생활을 계속하고 있을 것이고,
아이들은 고2, 고3이겠네요.
그때도 저는 아이들과 함께 하는 걸 목표로 하고 있습니다.
카페를 하나 차려서 같이 해 볼까 하다가
그것보다는 우리 아이들을 위한 전문병원을 해 보면 어떨까 싶습니다.
[천안에 거주하는 아버님]
사실 오늘도 회사 직원들과 10년 후를 생각하고 모임에 참석했어요.
제가 10년 후면 아이는 20살이고,
아이가 나사렛대학교 재활학과로 진학했으면 하네요.
개인적으로 저는 전직을 버리고 사회 복지 분야로 직업을 바꾸고 싶습니다.
지역의 복지를 개선해 다음 세대를 위해 좋은 영향을 주고 싶어요.
[서울에 거주하는 어머님]
저는 행동치료, 언어치료를 복수전공 중입니다.
제 아이를 위해 공부했지만 다들 아이들도 돕는 전문 치료사가 되고 싶습니다.
다른 소망으로는 아이들이 학교에 갔다 와서
자신의 활동을 할 수 있는 공간들이 많았으면 좋겠습니다.
저는 현재 사회적 협동조합을 인가 중에 있습니다.
2020년 첫걸음은 코로나로 인해 힘들게 시작됐지만,
작년부터 꾸준히 해 온 사회복지 공부를 바탕으로
‘소통, 공감, 실천’이라는 가치를 두고
5년, 10년을 살아가 볼 생각입니다.
또한 쌍둥이들을 키우면서 생각했던
저의 실천 가치를 풀어나가보려고 노력 중입니다.
‘많이 힘들고, 맞지 않는 생각이고, 그건 안 될 걸?’이라고 다들 말씀하셔도
전 이미 아이들을 통해 경험한 것이 아주 많기에 충분히 가능하다고 생각합니다.
더 나아가, 조금이라도 더 많은 사회적 가치를 베풀어
내 아이를 비롯한 우리 모두의 아이들과 가족, 지역의
좋은 모델이 되는 것도 바램 중 하나입니다.
저는 대한민국에서 장애를 안고 살아가는 당사자들과 그들의 가족이
더 행복하고 당당할 수 있도록 꾸준히 노력해 나갈 겁니다.
함께이룸 홈페이지
www.withiroom.net
한정수 어머니(태경,태은맘) 유튜브 채널
https://youtube.com/channel/UCUUA7eaVnSahoiiwoIGuWOQ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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